울릉도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입니다. 늦여름. 휴가를 앞두고 육지로 나가기 직전에 동해상으로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배는 결항이 되었고, 저는 결국 휴가를 나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애써 실망하는 모습을 감추고 있는 제게 교회 장로님께서 웃으며 해주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목사님, 태풍 때문에 육지에 못 나가게 되서 속상하시죠? 그런데 저희에겐 이게 일상입니다. 때로는 태풍 때문에 계획들이 어그러져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태풍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장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육지 사람들은 태풍이 불필요한 피해만 주는 줄 아는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태풍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태풍이 와야 바다가 뒤집어지고 물도 섞이게 되어 물고기도 더 잘 잡히게 되고, 바다도 자정능력이 원활해져서 청소가 됩니다.”
우리도 인생에서 결코 원하지 않았던 태풍과 같은 시간을 경험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시간은 나를 헤집고 파괴하며 죽음과 같은 상황으로 내몰지만 내면을 청소하고 새롭게 만들기도 하겠지요. 십자가의 죽음이 없다면 부활의 영광도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소망이 선물이 되는 복된 성탄의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Merry Christmas! – 신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