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은 에도시대 일본의 박해당하는 기독교인과 예수회 신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은 주인공인 로드리고 신부의 시점으로 당시 일본의 수많은 신자들이 당한 박해의 참상과 순교의 모습을 그려냅니다. 로드리고는 도망 끝에 결국 자신도 붙잡혀 배교를 강요 당합니니다. 그 과정에서 그토록 찾던 스승 페레이라 신부를 만나지만 그는 이미 먼저 배교하여 신부의 길을 버린 상태였습니다. 로그리고와 함께 붙잡힌 신자들이 고문당하며 내는 신음 소리의 한가운데서 그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로지 그가 배교를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로드리고는 끊임없이 기도하며 질문합니다. “하나님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가?” “주여 긴 긴 세월동안 저는 수없이 당신의 얼굴을 생각하였습니다.” 마침내 로드리고가 배교를 결정하고 성화를 밟기 위해 한걸음을 떼었을 때, 성화 동판에 새겨진 예수의 음성이 그에게 들립니다. “밟아도 좋다.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너희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예수 탄생하심을 기다리는 대림의 절기를 시작하는 이날, 십자가 위에서 고통당하는 다른 두 죄인과 함께 있었으나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였던 예수, 그러나 그들과 함께 거기에 매달려 ‘함께’ 고통받았던 그를 기억합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 – 신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