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여, 왜 당신은 동물을 때리는가?
경사진 길에서 짐을 실은 나귀가 쓰러져 있는데, 주인은 노새를 때리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남자여, 왜 당신은 동물을 때리는가? 당신은 이 동물이 고통에 괴로워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남자가 대답합니다.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이놈은 나의 재산이고, 큰돈을 주고 샀습니다.”
예수께서 슬퍼하며 외치셨다.
“노새가 하늘에 계신 창조주께 하소연하며 자비를 구하며 우는 것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너희들에게 화가 있으리라. 그러나 이 노새가 고통을 호소하며 울부지게 만든 자에게는 세 배나 화가 있으리라.”
예수께서 손을 대어 상처입은 노새를 치유해 주셨다.
2020년 호주의 산불로 가장 막대한 피해를 당한 동물을 생각합니다. 언론마다 다르지만 대략 10억마리의 동물이 사망한 거 같습니다. 동물들이 죽으며 일으킨 죽음의 파장과 침묵, 그 깊은 떨림을 체험하면서 ‘노새를 살리신 예수 이야기’를 읽습니다.
전문이 길어서, 부득이 하게 약간의 각색과 본문의 길이를 줄였습니다. 따옴표 안의 말씀은 그대로 옮겼습니다.
첫번째 질문, 이 이야기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었나? 4세기 콥틱교회가 구전으로 내려오던 이야기를 문서로 썼다면, 이 이야기는 훨씬 더 예수 당시에 가깝게 다가섭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본바탕에서 동물을 하나님의 피조물로 인간과 똑같이 사랑하시는 예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의 저자도 실제 예수님의 생애에 일어났던 사건이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상식의 지평에서, 콥트교회의 주요 근거지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였고, 시기 상으로는 4세기입니다. 물론 지금도 이슬람국가인 이집트에서 온갖 박해와 죽음의 위협, 사회적 차별에서도 신앙을 지키는 이집트 콥트교회는 여전합니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늘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하고, 경건하게 하곤 합니다. 어쨌든, 예수의 이야기를 잘 보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가 학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저자의 주장이 옳다고 인정한다면, 예수의 관심은 인간에만 한정되지 않고, 하나님의 피조물 전체로 확장된다는 의미에서 안심입니다. 역시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 맞는 거 같습니다. 그 사랑의 깊이가 우주와 같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언덕배기를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가던 노새가, 그 짐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졌고, 이 장면을 본 예수의 마음은 아팠던 것입니다. 그 마음의 아픔, 그 아픔의 영역이 인간의 존재에 한정되지 않고, 동물로 확장되는 모습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 ‘주목’은 우리 영성의 깊이와 넓이의 지평을 넓힐 것입니다. 그 넓음의 끝에 하나님의 현존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또 하나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예수의 대답은 히브리 성서 전통의 법전 위에 서 있습니다. 쓰러진 동물을 구하도록 명령하는 출애굽기 23:4과 신명기 22:4 말씀이 그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 영성의 뿌리는 출애굽 전통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애굽 전통의 핵심은 노예와 같은 사회적 약자가 공동체의 중심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어린이와 고아, 과부를 하나님 나라의 중심으로 끌어 들였던 예수께서, 학대받는 노새를 그냥 지나쳤을리는 없을 거 같습니다.
또한 저자는 초대교회 교인들이 고통당하는 동물을 돌봐야 하는 예수의 윤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학대받는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으시는 하나님과 동물의 특별한 관계를 주목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실질적으로 화를 당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동물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화가 미치고, 더 나아가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에게는 그 화가 세 배에 이른 다는 무서운 경고를 기억해야 합니다. 콥트교회 공동체는 이 부분을 신앙으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 증거는 문서로 남겼다는 데 있습니다.
다시 동물을 생각합니다. 저희 집 안에는 강아지가 같이 살고, 마당에는 청솔모 가족이 살고 아마도 대가족인 거 같습니다. 뒤뜰로 고양이는 하루에 몇 번씩 지나가며 영역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하늘뜻 공동체가 모입니다. 더불어 살고 있습니다. 공동체 식구 중에서 채식주의자도 계십니다. 점점 어떤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언젠가 그 목소리에 마음을 열겠죠.